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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부문 개인전 ‘성좌’리뷰

김영태

초월적인 풍경과 마주하다.

권부문 개인전 ‘성좌’리뷰 


전시기간 : 2013. 10. 24 ~ 2014. 1. 26

전시장소: 대구미술관 2, 3, 4, 5 전시실(2층 전관)

2전시실 : 2013. 10. 24 ~ 2014. 1. 26

3, 4, 5전시실 : 2013. 11. 16 ~ 2014. 1. 26

전시작품 : 사진 및 영상 66점


글: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사진사를 살펴보면 순수한 자연풍경을 다룬 전통적인 풍경사진은 1930년대와 1940년대가 절정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1970년대에 풍경사진의 미학이 변모하기 시작하는데, 순수한 자연풍경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 변형되고 훼손되어진 풍경을 다루는 사진가들이 등장한다. 또한 컬러사진이 표현수단으로 수용되면서 컬러를 매개로 시대와 마주하는 풍경사진이 주류적인 경향으로 지리매김하게 된다. 그중에서 전자의 사진가들은 이전에 풍경을 다룬 사진가들이 드라마틱하게 대상을 변주한 것과는 다르게 지극히 무덤덤하게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변화된 풍경을 재현했다. 


또 컬러를 표현매체로 선택한 윌리엄 이글스턴을 비롯한 일군의 풍경사진가들은 빛을 통제하고 컬러를 선택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19세기 인상주의 회화작품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물론 그들 중에 한사람인 존 팔은 초기작품에서는 대지예술가들처럼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그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도 대상과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이와 같이 변모한 풍경사진의 미학적 태도는 현재까지도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풍경을 다루는 상당수의 사진가들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자극적으로 재현하여 관객들의 시선을 매료시키는 것에서 벗어나서 사회적인 풍경 혹은 문화적인 풍경을 재현하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국사진가 중에는 이와는 다르게 순수한 자연풍경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진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는 중견 사진가 권부문 이다. 

권부문은 1975년도에 서울과 대구에서 ‘포토 포엠 Photo Poem’시리즈를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27회에 걸쳐서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사회적인 풍경을 다루는 사진작업을 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는 인공적인 대상을 배제하고 순수한 자연풍경을 관조적인 태도로 바라본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10대 후반부터 사진작업을 시작하여 20대 초반에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는데, 사진을 매개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면서 주류적인 풍경사진 경향과는 다르게 순수자연풍경을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은 20여 년 간 작업하고 있는 여러 대상을 총 망라 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는 10여 년간 최소한 1년에 한 차례 이상 꾸준히 국내외 여러 갤러리 및 미술관에서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그중에 일부를 선별하여 8개 시리즈로 나누어서 동시에 전시했다. 대구미술관 2층 전관을 채운 대규모 전시이다. 필자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작가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관람하고 있는데,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여러 시리즈를 관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전시에선 별보기, 숲에서, 산수, 구름위에서, 병산, 낙산, 돌에게, 북풍경 등 8개 시리즈를 영상을 포함해서 66점을 보여주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제작된 ‘별보기’시리즈를 L E D 화면으로 전시하여 매체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느끼게 한다. 또 전시 작품을 세밀하게 구성하여 건축공간에서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공간을 장악 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촬영부터 프린트와 액자를 제작하는 과정까지 뿐만 아니라,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작품제작을 진행한다. 특히 동일한 작품이라도 공간에 따라서 작품의 표정 및 의미가 다르게 변주 된 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 때 마다 작품설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고민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의 이러한 태도가 전시공간마다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어떠한 대상과 장소를 다루더라도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극히 사진적인 재현방식으로 결과물을 생산한다. 그래서 이미지 스스로 자생적으로 존재하여 의미를 발생하는 것처럼 보는 이들에게 다가온다. 또한 인공적인 요소가 배제된 순수자연을 마주한 작가의 초월적인 태도를 느끼게 된다.  그와 더불어서 보는 이들은 최종결과물의 초대형 사이즈에서 드러나는 극사실적인 느낌 때문에 재현된 이미지가 아니라 실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특히 최첨단 디지털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재현방식이 만들어낸  대형프린트의 압도적인 느낌이 아날로그 시대의 사진이미지에서 드러나는 느낌과는 또 다른 차원의 힘을 발생시킨다.


작가는 남다른 사진적인 감각과 사유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한다. 그래서 가장 사진적인 재현방식을 택하여 대상을 다루었지만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또한 눈보라가 치는 바닷가나 추운 북쪽대지와 같은 촬영현장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관객이 공유하게 된다. 그로인하여 화면의 바깥에서 대상을 마주하고 있는 작가와 동일한 선상에서 관객들도 그 순간을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기운에 압도당한 여운이 오랫동안 느껴진다. 또한 고도로 발전한 동시대 물질문명 사회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의 알레고리적인 재현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풍경사진의 맥락과는 다른 층위에서 존재하는 결과물이다.


권부문은 냉철한 사유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사진가다. 지난 40 여 년 동안 꾸준히 일관된 태도로 사진작업을 해 온 작가적인 삶과 작품에서 작가의 그러한 정신세계가 느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여러 시리즈를 동일한 공간에서 동시에 관람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의 태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지점에서 작가로서의 분명한 차별점이 발생했다. 그래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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